드디어 저도 러이끄라통을 해보네요. 태국의 이 특별한 불교의식은 참 경이롭고 멋지고 그렇습니다. 풍등을 하늘에 떠올리는 걸 생각했는데, 부리람에서는 강물에 띄워보내는 플로팅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위치는 라롬 공원에서 진행되었구요.
초저녁이 되자 길거리 여기저기에 가판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미리 자리를 맡아두었다는 쪽지가 붙어 있기도 하구요. 자리 예약 방식이 귀엽네요 ㅎㅎ. 가판은 주로 10대 학생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많이 나온 느낌입니다. 끄라통 하나에 20 ~50 밧 정도에 판매되는 걸 보니 참 소박하고 순수하기 그지없네요.
여러가지 종류 중 저는 왠지 향초가 많이 붙어 있는 게 끌려서 골라봅니다. 참고로 호객행위가 있거나 하진 않으니 찬찬히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됩니다.
참고로 라이터 역시 별도로 판매를 하니 비흡연자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외국인이라 그런지 어지간하면 현지인 분들이 참견?들을 많이 해주십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이터는 있냐, 불은 이렇게 붙여라, 저기 가서 물에 띄워보라 등등..ㅎㅎ 참 친절한 태국인들.
오가다 보아 둔 다소 한적한 곳에서 플로팅 끄라통을 해봅니다. 소원도 빌고. 태국신이 소원을 잘 들어주면 좋겠는데...ㅎㅎ. 불을 붙인 끄라통을 강물에 띄워보내는 의식이 저는 외국인이라 그저 재미의 요소만 가득했는데, 현지인들은 꽤나 경건해보입니다.
강 위에 둥둥 떠다니는 끄라통이 늘어가니 꽤나 운치있고 멋있습니다. 불 빛들이 바람 때문에 일찍 꺼져가는게 좀 아쉽긴 합니다만. ㅎ 그나저나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그 양이 많아져 어느샌가 쓰레기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 행사? 축제?는 거의 모든 일행들이 가족과 함께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내에 거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 것처럼 보여질 정도로 북적북적 하네요. 이 의식을 치르는 태국인들의 태도나 일행 구성원들을 보면 러이끄라통이 태국인들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과 함께 이 의식을 치르길 원한다고 하더군요.
강변으로 끄라통을 파는 가판과 야시장을 방불케 하는 각종 음식 가판들이 수백개쯤은 서 있습니다. 간단히 의식을 치르고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주전부리를 먹을 수도 있구요. 사람들은 늘어가고, 분위기는 고조되어 가는데 나만 너무 일찍 의식을 끝낸 건 아닌가 싶어 한 번 더 하기로 해봅니다. 이 번에는 생화로 된 걸로 구매!
소원을 두 번이나 빌었으니 태국신이 꼭 들어주리라 믿습니다 ㅎㅎ
혼자 간 러이끄라통인데 갑자기 일행이 생겼습니다. 응? 외국인인 저를 보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를 놓던 태국인 가족이 있었는데, 혼자인 저를 확인하고선 같이 돌아다니자고 제안해오네요. 저야 무조건 땡큐!
세팍타크로 경기를 하는 태국인들. 우리나라의 족구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신기방기
고구마도 아닌, 감자도 아닌, 이름을 까먹은 이것은 보기엔 구황작물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과일스럽습니다. 꽤나 싱그럽고 달콤하네요. 길가다 보이면 무조건 사야합니다. 걸어다니면서 야금야금 먹기에 참 좋은 작물? 같아요.
공원 뒷편으로 죽 늘어선 야시장을 이 가족과 함께 구경했습니다. 라롬 공원이 지도상으로는 그냥 조그마한 공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날 이 곳에서만 2만보를 넘게 찍었습니다. 후덜덜... 생각보다 그 규모가 꽤 컸고, 야시장 특성상 구경하느라, 뭐 사먹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부리람 상징물들 중 하나라고 하던데, 뭐 그냥 잘 만들었네 하면서 지나치기엔 퀄리티가 너무 좋았습니다. 저기 보이는 모든 건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만든 거구요, 무엇보다도 재질이 플라스틱 같은 공산품이 아니라 전부다 생화에 생 잎 들을 엮은 것들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만들었을지...후덜덜. 러이 끄라통을 준비하는 태국인들의 마음가짐이 이런 것에서도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이 가족 덕분에 외롭지 않게 즐겁게 러이끄라통을 보낸 것 같습니다. 러이끄라통이 무엇인지, 현지인들에겐 어떤 의미인지, 행사를 참여하는 절차나 방식은 어떠한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구요. 우리나라엔 '정'이라는 특별한 정서가 있는데, 태국인들은 뭐랄까... '정'은 아니고, 상대에게 벽을 치지 않는 친절함 같은 무언가가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여튼 참 고마운 사람들인 것 같네요. 태국 여행가시면 러이끄라통을 꼭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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